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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9경(景)] 3경 백제 불교의 효시 ‘불갑사(佛甲寺)’] 스님과 인도 공주의 러브 스토리 간직한 천년고찰

기사승인 2020.03.17  13: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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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대 사천왕상, 화려하고 정교한 대웅전 문살 일품

봄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외부 출입보다는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날씨가 풀리면서 다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넘쳐나고 있다. 여행의 계절을 맞아 영광군 9경(景)과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재를 소개 한다. <편집자 주>

앞만 보고 달려 온 인생이라면 잠시 내면을 살펴보는 천년 고찰 불갑사에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마음을 황폐하게 하는 몹쓸 생각에서 벗어나 조증을 없애는 여행으로 고찰만큼 좋은 곳은 없다. 절 입구에서 제일 먼저 통과하는 문인 일주문의 가르침이 그렇다. 네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얹는 일반적인 형태와는 달리 기둥이 한 줄로 되어 유래된 말로 일심(一心)을 상징한다. 신성한 가람에 들어서기 전에 세속의 번뇌를 말끔히 씻고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상징적인 가르침이 담겨 있다.

불갑면 불갑산(516m) 기슭에 자리 잡은 불갑사(佛甲寺)는 호남의 유서 깊은 고찰이다. 백제 침류왕 원년(384년)에 마라난타 존자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하면서 제일 처음 지은 불법도량이라는 점을 반영하여 절 이름을 부처 불(佛), 첫째 갑(甲)자를 써서 불갑사라 불렀다고 전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첫 번째, 또는 으뜸이라는 뜻을 ‘갑’자로 표기해 왔다. 그러한 의미로 ‘불갑사’는 최초로 창건된 절(寺)이라는 뜻이 된다. 현재 불갑사의 초창 연대에 대하여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는 ˹삼국사기˼ 권24 백제본기 침류왕조 및 ˹삼국유사˼ 권3 난타벽제(難陁闢濟)조, 그리고 ˹해동고승전˼에 기록된 “······백제불교의 시초는…침류왕 왕년에 동진으로부터 백제에 온 인도 승 마라난타에 의해 전해지고 창건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세 문헌에는 그 익년(翌年, 385)에 최초의 불사를 한산주에 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둘째 견해는 조선후기에 작성된 ˹동국여지지˼ 권5, “신라 때 창건되다”라는 기록을 근거로 신라 말경에 창건되었다는 주장이 상존하고 있다.

옛 백제지역의 고찰(古刹)들 대부분이 백제가 멸망되면서 백제서기가 유실되어 그 창건역사를 고증할 수 없는 것처럼, 완벽한 고증은 현재로서는 어렵다. 불갑사 고적기(古蹟記)에서 불갑사의 최초 창건을 “라제지시 한위지간(羅濟之始 漢魏之間)”이라고 하여 불갑사가 백제초기에 창건된 사찰이라고 기록하고 있는 점과, 이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구전(口傳)과 지명(地名), 사명(寺名), 그리고 마란난타존자의 행적을 살펴봄으로써 어느 정도의 역사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마라난타존자가 최초 상륙했다는 법성포의 백제시대 옛 지명은 아무포(阿無浦)로 불리웠으며, 고려시대 부용포(芙蓉浦), 고려 말 이후 법성포로 불렸다. 법성포란 성인(聖人)이 법(法)을 가지고 들어온 포구란 뜻이다. 정유재란의 병화로 전소 후 전일암만 남아 선조31년 1598년 법릉선사가 4중창불사로 법당과 제불전 5개동, 방사 11동, 암당 11개소로 복원되었다.

조선 말 훼불기에 1845~1868년까지 절이 20여 년간 비어 있었고 이에 설두대사가 1870년에 홀로 백양사에서 내려와 중창불사를 시작하여 전각을 보수하고 고창 연기사 터에 있던 사천왕상을 모셔와 불갑사에 봉안했다. 일제 강점기에 종정을 지낸 만암스님이 보수불사를 하였으나 6.25 동란시 빨치산 토벌대에 의해 산내암자가 불에 타 전소되고 말았다. 1976년 수산지종 큰스님(입적)이 불사를 진행했다.

1. 만세루(萬歲樓)

만세루는 정면 5칸 측면 4칸 규모이며, 2출목 3익공의 맞배 양식 건물로서 내부는 7량 가구에 합보형식으로 결구되어 있고, 안정된 비례를 보여주는 낮은 중층형 누각건물이다. 건물 주칸에 설치된 화반은 용이 물고기를 물고 있는 모습인데 이 양식은 인도에서부터 전해져오는 것이라고 한다. 만세루는 강학(講學)과 법회(法會) 공간으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1644년에 중건되었으며, 1675년과 1802년의 중수를 거쳐 보존되어 오고 있다. 이 건물은 주심포와 익공식의 혼합된 양식을 보여주며 가구에 기교를 부리지 않은 웅건한 미를 간직한 조선시대 건축물이다.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66호>

2. 대웅전(大雄殿)

불갑사 창건 이후 대웅전은 여섯 차례에 걸쳐 중건되었다. 건륭29년(1764년)에 청봉대선사(晴峰大禪師)의 주도로 6중건된 건물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의 다포계 팔작지붕 양식이며, 정면에 쓰인 방형초석은 창건 당시의 백제계형 초석으로 추정된다. 불갑사 대웅전의 특징은 불단(佛壇)이 건물 정면을 향하여 있지 않고 측면에 위치하여 남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불단의 측면배치 양식은 대웅전 지붕 용마루 중앙의 보탑과 한 쌍을 이루는 것으로서 남방불교 양식이 전래된 것이다.

불단에는 석가모니불, 약사여래불, 아미타불의 삼존불을 봉안하였고, 불단 위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닫집을 설치하였는데, 닫집 천장에는 용들과 연화봉, 구름과 극락조들이 현란하게 날아다니며 불국토를 재현하고 있다. 불갑사 대웅전은 조선후기 사찰건축의 수작으로서, 건물의 정면과 남측면 창호는 모두 화려한 꽃살문과 교살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연화문과 국화문, 보상화문 등의 창호는 정교하기 이를 데가 없는 우리 조상들의 예술성이 표현된 건축물이다. <보물 제830호>

3. 일광당(一光堂)

일광당은 정유재란시 소실된 후 1620년 중건된 건물로서 본래 선당(禪堂)으로 쓰였으나 현재는 승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2익공 맞배지붕 양식의 건물로서 주두부에는 간단한 앙서와 수서로만 장식이 되어 있다. 정면은 겹처마로 배면은 홑처마로 구성되어 있다. 이 건물의 특징은 자연스럽게 경사진 지형을 이용하여 온돌구조에 적합하도록 부엌 쪽을 깊게 하고 굴뚝 쪽을 높게 함으로써 기단을 기울어지게 설치한 점이다.

정면 귓기둥과 정재 칸 내부의 곡부재 등이 미려하며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조화가 이루어진 건축미를 간직하고 있다. 일광당은 승당(僧堂)으로서 조선 영조 41년(1765년)에 중건되었으며, 1840년과 1941년의 보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건물은 구부러진 목재들을 꾸밈없이 다듬어 세움으로써 자연미를 살려낸 훌륭한 건축물이다.

4. 칠성각

불갑사 칠성각은 중앙에 칠성단을, 향우측에 산신단을, 향좌측에 독성단을 모셔 놓아 삼성각(三聖閣)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1923년에 중건된 건물이다. 칠성단(七星壇)은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와 칠원성군(七元星君)을 모신 단이다. 북두칠성신앙을 불교적으로 수용하여 수명장수와 자손 번영, 북덕구족을 주로 기원한다.

산신단(山神壇)은 불갑사의 주산인 모악산의 산신을 모신 단이며, 민간의 자연숭배 및 신선신앙을 받아들인 것이다. 독성단(獨聖壇)은 나반존자(那畔尊者)를 모신 단이다. 나반존자는 부처님의 부촉으로 열반에 들지 않고 남인도 천태산에서 수행하며 미륵불이 올 때까지 불법을 전하여 교화하고 사람들의 복전(福田)이 되는 분이라고 한다.

5. 명부전

명부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양식의 조선후기 건물이다. 명부전 안에는 지장보살삼존상(佛影寺地藏菩薩三尊像)과 열 분의 시왕상, 그리고 판관·녹사·사자·인왕상을 각각 두 분씩 모셨다. 지장보살은 석가세존 입멸 후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육도윤회의 중생들을 구제하도록 부처님께 부촉받은 분으로서 명부의 주존(主尊)이다. 시왕은 인간 사후 망인을 심판하여 다음 생처를 결정해 주는 명부의 왕으로서 지장보살의 좌우로 배치되어 의자에 앉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존상들은 1654년(효종 5년)에 무염스님을 수화사로 하여 조성된 우수한 작품으로서 조선후기 불교조각의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불교문화적 의의가 매우 크다.

6. 대법고

불갑사 대법고는 1741년에 만들어진 것으로서 길리 240cm, 울림판 직경 200cm, 높이 220m의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큰북이다. 이것은 오래된 법고 가운데에서는 가장 크다고 한다.

7. 천왕문(天王門)

불갑산 사천왕상은 고창 연기사에 모셔져 있던 것으로서, 연기사가 폐사된 후 1870년(고종7년) 설두대사에 의해 불갑사로 옮겨졌으며 조선중기에 조성되었다고 전해 내려온다. 목조로서는 국내에서 제일 큰 거상으로 균형미가 뛰어나고 섬세하며, 화려한 조각솜씨를 보여준다. <지방문화재 제195호>

8. 괘불지주

대웅전 앞 괘불(掛佛)지주는 2개의 석주가 한 쌍을 이루고 있다. 특별한 법회나 의식을 할 때 괘도처럼 만들어 걸어두는 대형 불화를 괘불이라 한다. 괘불이란 말 속에는 ‘걸개를 마련하여 매단 부처’라는 뜻이 있으므로 고유어라기보다는 일반어이다. 괘불은 대체로 불보살만을 그려 넣는 경우가 많으나, 본래는 법회의 성격에 맞는 그림을 그려 넣는 것이 원칙이다. 대웅전 앞 좌우에 있는 괘불지주는 약 450 정도의 각을 튼 상태로 세워져 있다. 이것은 괘불을 걸 때 받는 힘을 효율적으로 분산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9. 대웅전 목조삼세불좌상

대웅전의 중앙 불단은 서면을 향한 건물의 방향과 달리 직각으로 남측면을 향해 조성되었는데, 이 불단위에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아미타불, 약사여래불좌상의 목조삼존상이 화려한 팔각 목조대좌를 갖추고 있다. 삼존불상의 조성연대는 최근 주존불상의 복장품 중 전적류(典籍類)와 조상기(造像記)가 발견됨에 따라 불상들의 조성동기, 제작연대, 시주자 등이 확인되었다. 이 불상은 1635년에 조성되었고 수화자는 무염(無染)스님을 비롯한 10인의 화승들이 조성하였다.

이후 영조 19년(1743년)에 개금하였고, 1747년에 다시 개금하였으며 2005년에 또다시 개금하였다. 전체적으로 주존이 약간 크고 수인이 다른 점만 제외하면 세 불상의 얼굴이나 불의 등의 세부적 양식은 거의 동일하다.

10. 사천왕상

천왕문 안에는 전북 무장 소요산의 폐사된 연기사에서 옮겨왔다고 전해지는 사천왕상이 모셔져 있다. 내부에는 동서남북의 사방에 불법과 가람을 수호하는 사천왕상을 봉안 했다. 높이 약 430cm, 어깨너비는 약 120cm이다. 이 사천왕상은 1870년 설두(雪竇)대사가 불갑사를 중창하면서 전북 무장 소요산의 폐사된 연기사로부터 목선 4척을 동원하여 옮겨온 것인데, 여기에 하나의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어느 날 설두대사의 꿈속에 사천왕이 비를 맞은 모습으로 나타나 지붕을 씌어주면 불법승을 잘 보호하겠다고 하자 스님이 그대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에 실제로 여러 번의 화재 위험을 무사히 넘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사천왕은 동서남북 순으로 지국천왕, 증창천왕, 광목천왕, 다문천왕이다. 이들을 사방에 따로 배치하지 않을 때는 보통 천왕문 왼쪽에 지국천왕과 다문천왕을, 오른쪽에 증장천왕과 광목천왕을 둔다. 이 사천왕상은 각각 검·용과 보주·비파·탑 등의 지물을 들고 앉아 있는 의좌상으로 천왕문 양쪽에 2위씩 봉안되었다.

※ 불갑사의 전설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남해안 해안을 따라 따뜻한 숲에서 자라는 참식나무가 어떻게 이곳에서 자랄 수 있었을까? 전설에 의하면 삼국시대에 경운이라는 한 젊은 스님이 부처의 본고장 인도로 유학 갈 꿈을 키우고 있었다. 마침내 경운스님의 소원이 이루어져 험난한 여정을 헤치고 인도의 유명한 절에 도착했다. 유학승으로 공부하던 중 절에 인도의 공주가 찾아왔다.

공주는 경운스님에게 반해 절을 자주 찾으면서 둘은 사랑을 하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인도의 왕은 경운스님을 인도에서 강제로 떠나게 한다. 경운스님과의 이별을 슬퍼한 공주는 다음 생을 약속하며 두 사람이 자주 만나던 곳의 참식나무 열매를 따서 주었다. 귀국 후 스님이 그 열매를 불갑사로 가져와 정성으로 심었는데 그것이 자라서 참식나무가 되었고 그 나무의 씨앗들이 퍼져 지금의 참식나무 숲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참식나무가 자라기에는 추운 지역이나 경운스님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가엽게 여긴 부처님의 배려로 이곳에서 참식나무가 자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위치 : 전라남도 영광군 불갑면 불갑사로 450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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