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성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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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대통령은 통합과 소통을 강조했고, 사회적으로는 극단적인 시위가 줄어들었다.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환율도 안정을 되찾았다. 그렇다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란 종식, 경제 활성화, 미국과의 관세-방위비 협상, 새 정부의 조속한 구성 등 당면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사회, 급속도로 안정 찾아…과제는 산적
시급한 국내 과제는 또 있다. 극심해진 진영 간 갈등 해소와, 급속도로 소멸되어가고 있는 지방을 살리는 문제이다. 진영 간 갈등은 이 대통령이 얼마나 소통하고 정책으로 수렴해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수도권 국민들은 못 느끼고 있지만 비수도권 50%는 수도권이 격고 있는 경제불황을 뛰어넘어 아예 소멸의 길로 직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방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해결이 쉽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사에서 “지난날 특정한 지역, 기업, 계층에 몰아 투자하는 불균형발전전략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압축성장한 이후 한계를 드러냈다. 앞으로는 수도권 집중을 벗어나 국토균형발전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으로서는 일단 안심이 되긴 하지만 이미 심각하게 벌어진 ‘불균형 상태’를 어떻게 바로잡겠다는 건지 궁금하다.
지역자원 ‘수탈’ 당해
지방이 수도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유리한 자원은 무얼까. 그것은 공기·물·식량·전기가 아닐까싶다. 지방은 쾌적한 공기를 제공하는 관광지를 가지고 있다. 수도권에 식수를 공급하는 대규모 상수원, 식량과 환경을 지키는 농지, 밤낮없이 수도권을 밝혀주고 공장을 돌아가게 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 바로 지방이다.
그러나 지방은 수도권에 자원을 공급하느라 각종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소비자 가격도 소득수준이 높은 수도권과 하등 다르지 않다. 전기의 경우 수도권 공장들은 할인된 전기료를 내는 대신 지방은 소득수준을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료를 내고 있다. 현대판 ‘수탈’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고속도로, 보완필요
이 대통령이 이번에 제시한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공약도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 공약은 지방에서 생산된 뒤 남아도는 전기를 송전선로를 깔아 수도권 공장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해상풍력발전 전기를 수도권까지 나르는데 무려 11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주민들과의 갈등도 우려된다.
이런 낭비를 막으려면 차라리 전기를 생산하는 현지에 공장을 짓도록 하고 지원한다면 산업의 분산과 고용효과도 높일 수 있다. 자치단체들이 재생에너지 건설에 열을 올리며 매달린 것은 자기 지역에 산업시설을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대안이 부족한 것이다.
또 전기 생산지역에 전기를 많이 먹는 데이터센터와 AI중심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시설 하나만으로는 고용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연관산업 없이는 ‘고립된 섬’이 될 수 밖에 없으므로 보완책이 절실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행정은 크게 달라
앞으로 5년간 지방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최고 행정가들이 경기-서울-경기-서울에서만 행정을 경험해온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걱정된다. 이 대통령은 경북 안동출신이라지만 그는 성남시장, 경기도 지사, 국회의원 경험뿐이다. 김민석 총리 후보 역시 서울 영등포에서만 국회의원 4선이고, 이 대통령의 멘토로 국정을 조정할 이한주 대통령실 국정기획위원장 역시 가천대 교수와 경기연구원장·민주연구원장을 지냈을 뿐이다. 3명의 지방행정 경험은 재정이 넉넉한 수도권에 한정돼 있어 공무원 월급 확보때문에도 쩔쩔매는 비수도권 행정을 얼마나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앙관료들 역시 고향은 지방일지 모르지만 십중팔구는 서울에서 공무원을 시작했고, 서울에서 재산을 불려왔으므로 사실상 ‘서울사람’들이다.
1 : 1 참여로 지방정책 결정을
따라서 지방소멸 현상을 멈추고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기득권을 대수술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지방정책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가 1대 1로 참여하는 회의체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중앙정부가 지방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뒤 선별해 지방사업을 결정했다. 타당성 평가라는 절차를 거친다지만 평가위원 또한 수도권 인물이 과반 이상 차지해 사실상 중앙정부의 입맛에 따라 결정됐다.
개선하려면 중앙과 지방의 관계자들이 1대 1로 참여해야 한다. ‘지방의 관계자’란 고향이 아니라 지방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지방의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아는 전문가나 공무원을 말한다. 그래야만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지방이 정책결정에 주도권을 갖게 되면 광역단체 간의 극심한 경쟁도 줄일 수 있다.
지방자치협의체를 의결기구 격상
둘째, 모든 지방정책은 이미 조직된 시도지사협의회 등 지방자치 4개 협의회와 중앙지방협력회의 등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최종 승인하기 전에 이들 협의회의 의사결정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2008년부터 ‘지방에서 국무회의를 갖자’는 주장을 계속 펴왔다. 이 제안은 2022년 중앙지방협력회의 출발로 실현되긴 했다. 하지만 이것도 솔직히 중앙정부가 시도지사에게 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그럴듯한 사진을 찍는 데에 그쳐왔다.
이제는 중앙지방협력회의도 국무회의처럼 진짜 의사결정기구로 업그레이드하자는 것이다.
대신에 시도지사협의회도 할 일이 있다. 규모의 경제를 펴려면 여러 개의 광역단체들이 자발적으로 ‘광역경제권’ 구도를 짜야 한다.
또 상생발전 차원에서 ‘지방재정조정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 제도는 잘 사는 나라에서 개발도상국에 차관을 제공해 경제발전을 가져오도록 한 것처럼 재정자주도가 높은 광역단체가 소멸 위기에 놓인 광역단체에 낮은 이자로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통합’의 계기가 된다. 중앙정부도 이처럼 노력하는 광역단체들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부총리’둬 지방사업 총괄을
셋째, 대통령과 비슷한 결정권을 가진 부총리를 신설해 지방정책을 감독·독려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광역단체장이 특정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면 중앙부처를 찾아가 애걸복걸해야만 했다. 대통령이나 총리도 여러 일에 바쁜데 지방정책에 정치력을 충분히 쏟을 수 없다. 하므로 대통령을 대신해서 지방정책과 행정을 중점적으로 담당하고 중요 사항만 대통령에 보고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방정책 부총리를 신설해 중앙정부 각 부처에 널려있는 지방정책 사업을 효과적으로 조정해 지방사업이 막힘없이 진행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부총리가 비수도권에 산업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을 담당하게 되면 덧붙여서 행자부-교육부-문체부가 따로따로 담당하고 있는 교육-문화-편의시설도 일관되게 진행해 종합단지를 조성함으로써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져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를 해소하게 된다. 수도권 부동산 폭등도 잠재우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링컨 미국 대통령은 한 안건을 놓고 장관회의에서 모두가 반대하자 “7대 1로 내가 승리했습니다. 내가 결정한대로 시행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은 때에 따라서는 외롭더라도 중앙정부 관리들이 내놓지 않으려는 기득권을 지방에 넘기는 과감한 결단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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