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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계십니까?] 복숭아를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이유

기사승인 2018.12.04  20: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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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상 부족국가를 지나 역사시대로 들어갈 무렵 하나라에 활의 명수인 예(羿)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사람에게는 항아(姮娥)라는 미인이 부인으로 있었다. 예는 어느 날 서쪽의 서왕모(西王母) 에게 가서 불로불사약을 얻어와 먹지는 않고 보관해 놓았다. 아내와 같이 먹고 영원토록 함께 살고 싶었는데 욕심 많은 아내 항아가 혼자서 다 먹고 떠나 버렸다. 떠난 곳이 계수나무가 있고 옥토끼가 방아 찧고 있는 달나라였다.

그래서 항아는 밤을 비추는 여성스러운 달의 주인이 되었다. 그러나 땅에 홀로 남은 예는 어떻게 되었는가? 예는 신궁이었다. 활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사수가 되었고 물건이든 짐승이든 사람이든 무엇이든지 겨냥하면 백발백중(百發百中)이었다. 어느 날 하늘에 태양이 하나만 떠야하는데 10개의 태양이 뜨는 바람에 모든 것이 타죽어 가는 상황이었다. 이때 사람들이 예에게 몰려가 당신이 활을 쏘아서 태양을 떨어뜨리지 못하면 우리 모두 타서 죽을 판 이니 빨리 태양을 쏘도록 부탁했다.

그 부탁을 마지못해 받아들여 아홉 개의 태양에 명중시켜 떨어뜨리고 한 개만을 남겨 놓아 현재의 태양으로 남아 지금도 비추고 있다. 그 공로를 백성들로부터 인정받아 당시대의 최고의 영웅이 되었다. 백성들로 추앙은 받고 살지만 홀아비인지라 무료함을 달랠 겸해서 제자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제자들도 많이 성장했는데 그중에서도 한 제자가 특출 나게 활을 잘 쏘아 스승인 예를 능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승이 살아있는 한 일인자가 될 수 없었다. 이 제자는 자기가 일인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승인 예를 죽여야만 했다. 그래서 하루는 주위에 있는 복숭아나무로 몽둥이를 만들었다. 이때 외출했다 돌아오는 스승의 뒤통수를 한방에 내리쳐 죽게 만든다. 제자로서는 성공한 셈이었다. 예의 갑작스런 죽음을 온 백성들이 애도하며 장례식도 성대하게 치러 주었다. 심지어 그를 이 세상에서처럼 모든 귀신들의 최고인 귀신의 왕으로 받들었다.

세상에서도 최고였고 귀신들의 왕도 되었고 예로서는 모든 권력을 잡아봤으나 그에게도 공포의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이 봉숭아나무와 그 열매였다. 부인은 복숭아(서왕모)로 만든 불로불사약을 먹고 나가버렸으니 무섭고, 나무는 자기가 맞아 죽었으니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가. 복숭아하면 치를 떨 정도로 무서워했다. 귀신의 우두머리가 그렇게 무서워하는데 하물며 보통 귀신들은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그래서 집안에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고 제사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 신화에서 나왔는데 올리지 않는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 혹자들은 털이 있어서라고 하는데 그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 그렇다면 요즘 천도복숭아는 털이 없으니까 올려도 되냐고 물으면 모르겠다고 한다.

그런데 옛날에는 회갑 잔치 상을 차렸었다. 요즘이야 회갑이면 청년이지만 40~50년 전만해도 회갑이면 꾀 장수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자식들이 축하하는 차원에서 회갑잔치 상을 차리는데 거기에는 복숭아가 빠지지 않았다. 서왕모 라는 복숭아는 장수를 상징하는 과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옛날부터 해 내려오던 일이라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생각이 틀 속에 한번 박히게 되면 고치지 못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잘 몰라서 제사상에 복숭아를 올렸다고 하자.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참고로 잉어도 제사상에 오르지 않는다. 성스러운 영물로 숭앙되어왔기 때문이다. 해산물로는 꽁치·삼치·갈치 등 끝 자가 ‘치’인 것돠 등이 푸른 생선은 흔해서 천박하다고 올리지 않는다. 또한 고추나 마늘도 올리지 않는데 그 이유는 유교·도교·불교 등에서 마늘은 음욕(淫慾)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밖에 소금도 올리지 않는데 소금은 정화효과를 내 귀신을 쫒는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장사하는 집에서 원치 않는 손님이 왔을 때 소금을 뿌린다. 물론 지역풍습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 제사는 흉례(凶禮)가 아니고 길례(吉禮)인 것이다. 제사상을 순서에 맞게 어떻게 차리느냐보다는 마음을 어떻게 갖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자식들이 모여서 화목하게 지낸다면 순서와 방법이 조금 틀렸다 할지라도 귀신이 괜찮다고 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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