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일근 편집위원장
지방자치 본격 실시로 자치단체의 권한이 대폭 강화됐습니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니, 비교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조직의 규모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이전엔 예산과 인사 등 사사건건 상위 기관이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견제와 감시를 받은 것은 물론입니다. 상급 기관의 ‘발령’으로 취임한 단체장들은 시·군 행정 전반에 걸쳐 절대적 권한을 행사했습니다. 시장·군수는 그 지역의 절대권력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상급 기관의 관리나 감시도 허술하기 짝없었지요. 시장과 군수들이 큰 말썽 없이 적당히 세월을 보내면 더 큰 군이나 시, 혹은 도청 국장 등으로 영전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지역 토호들과의 관계가 원만하기만 하면 ‘말썽’이 있을 까닭이 없었지요. 적당히 타협만 하면 서로의 이익을 챙길 수 있었으니 불편한 관계를 만들 이유가 없었습니다. 되돌아보면 공정과 상식은 없고 부정과 부패가 판을 치는 시절이었지요.
그러면 지방자치 실시 이후는 어떨까요? 선출된 단체장들의 권한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해졌습니다. 인사와 예산에 관한 권력은 거의 절대적입니다. 시·군 의회가 자치단체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방의원들과 단체장은 오랜 세월 같은 지역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아왔습니다. 거기에 같은 정당으로 묶여있기도 합니다. 단체장과 의원들이 서로 불편한 관계를 만들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물론 시장·군수 등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입으로는 견제와 감시를 말합니다. 하지만 대다수 자치단체는 단체장과 의원들이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견제와 감시’는 허울뿐인 것이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입니다. 우리 영광군도 마찬가지입니다. 견제와 감시로 군과 의회가 불편한 관계라는 말은 들리지 않습니다. ‘원만한 군정’이나 ‘지역발전’을 이유로 견제와 감시보다 타협에 익숙한 것으로 보입니다.
군과 의회가 불편한 관계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화합으로 말썽 없이 군정을 이끌어간다는 긍정적 평가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의회 본연의 역할은 군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입니다. 군정을 치열하게 견제하며 감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의회가 군정을 ‘치열하게’ 감시하며 견제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체장과 의원들이 소속 정당을 따지지 않고 적당히 권한과 이익을 나누고 있다는 의심을 금치 못합니다.
‘견제와 감시’는 허울뿐이고 원만한 타협으로 서로 이익을 나누는 지방자치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영광군만 봐도 그렇습니다. 군수와 의원들의 소속 정당이 달라 상당히 불편한 관계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군수의 군정에 대해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저지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군수와 의원들이 적당히 타협하며 서로의 이익을 취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의회와 집행부의 관계가 좋으면 ‘원만한 군정’이란 평가는 받을 수 있으나 의회 본연의 역할인 견제와 감시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법과 제도의 결함이 근본 원인이지만 현재의 지방자치는 분명 절름발이 지방자치입니다. 중앙 정치권이 군수를 공천하는 제도 자체부터 지방자치와는 거리가 멉니다. 지방자치 선거에 중앙정당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법과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지방자치는 무늬에 불과합니다. 지방자치가 중앙 정치권의 예속에서 벗어나는 날이 오길 고대합니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