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석] 작은 생선 굽듯이 나라를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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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
“큰 나라를 다스림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治大國 若烹小鮮)이란 말이 있다.
노자(老子)《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말이다. 작은 생선을 굽고자하면 불을 너무 세게 하거나 자주 뒤집으면 살이 부서져 먹을 것도 없고, 남은 것도 맛이 없다. 유능한 주방장일수록 작은 생선은 조금만 손질해서 은근한 불에 익혀 형태를 유지해 고유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국정(國定)도 이와 같다. 지나친 간섭과 잦은 규제는 오히려 백성을 불안하게 하고 사회의 활력을 꺾는다.
오늘의 정치 지도자들을 보면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면 빠른 해결을 위해 즉석 대책과 새로운 법령을 졸속으로 만들어 낸다. 물가를 비롯해 부동산, 교통, 청년 일자리 등 깊이 논의해 안착시키기 전에 급하게 바뀐다. 국민들은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느라 혼란스럽고, 기업은 예측 불가능한 정책에 투자를 망설인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복잡한 법과 잦은 지침이 아니라 일관되고 신뢰가 가는 큰 원칙이다.
우리 조상들 중에 가장 존경을 받는 위인을 꼽으라면 세종대왕(世宗大王)과 이순신(李舜臣) 장군을 말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세종대왕은 어려운 한자를 쉽게 읽힐 수 있도록 우리 고유의 한글을 창제했다. 이것 역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왔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되 백성이 불편해 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살폈다. 세종의 정치는 법과 명령을 남발하지 않고 민심을 가장 큰 법으로 삼았다. 이것이 ‘작은 생선 굽듯’ 다스림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도 같은 맥으로 볼 수 있다. 전쟁 중에도 백성을 먼저 보호하고, 특히 병사들을 신뢰했다. 명령만으로 부하들을 몰아붙인 것이 아니라 솔선수범하고 원칙을 지키므로 23전 전승을 거두었다. 그래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백성들은 장군을 믿고 버텨냈다. 국민의 마음이 모이면 어떤 적도 두렵지 않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보여준 분이 바로 이순신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모든 일을 처리해주는 영웅이 아니다. 국민 각자에게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큰 흐름을 안정시켜주는 조력자(助力者)여야 한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처럼 믿음으로 백성을 품고 신뢰를 쌓은 지도자가 진정한 강한 지도자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말한다. “법령이 많으면 도둑도 늘어난다. 규제와 명령이 늘어날수록 억울한 사람이 생기고 편법이 자란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악순환 속에 갇혀있다. 모든 상황에 즉각 대처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생은 더 흔들린다. 국민은 복잡한 구호가 아니라 삶이 예측 가능한 안정을 원한다. 다스림은 단단한 큰 틀 안에서 자율과 책임을 살려낼 때 힘을 발휘한다.
작은 생선 굽듯 은근하면서도 중심을 놓치지 않는 국정운영이 그 답이다. 위대한 조상들이 몸소 증명한 이 지혜를 우리정치가 오늘날 다시 새긴다면 국민은 다시금 리더를 신뢰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큰 나라를 다스림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 세종과 이순신을 기억하는 대한민국 땅에서 이 말은 결코 낡은 지혜가 아니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