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송 전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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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묘한 선택, 황금분할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 지난 6월 3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또 한 번 위대하고 절묘한 선택을 했다.
이재명 후보는 총득표수의 49.42%를,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각각 41.15%와 8.34%를 차지했다. 이재명 당선자에게는 비록 당선되었다 할지라도 과반 득표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겸허한 마음으로 국정을 수행하라는 무언의 채찍이었다.
반면, 보수 진영의 김문수와 이준석 후보의 합산 득표는 49.49%로 진보인 이재명 당선인의 득표율을 조금 넘었다. 그 차이는 비록 영광군 유권자의 절반을 조금 넘는 2만 5천여 표로 미세하지만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민심은 흐르는 것이어서 언제든 상황이 뒤바뀔 수 있고, 보수도 수권정당으로서 자질과 능력을 보여 준 결과로 풀이된다.
더 할 수 없는 최적의 황금분할이다. 사전적 의미의 황금분할은 건축물을 포함한 모든 사물은 1대 1.6의 비율로 비칠 때 미학적으로 가장 안정감을 드러낸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 그렇고 현대에 와서는 일상생활에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나 명함이 이 비율로 제작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보여 준 황금분할은 주권자가 국민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민주주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서사임은 분명하다. 여기에 호남지역의 압도적 지지로 진보 진영의 대통령이 탄생함에 따라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역사의 퇴행을 단호히 거부한 자존감은 하늘을 찌를 기세다.
# 공공예산 집행의 정당성과 소중함
기실 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대해 존경해 왔다. 필자는 공공기관의 교육기관에 근무하는 동안 시군의 신규공무원을 대상으로 ‘예산실무’ 강의를 했다. 예산과목의 구조, 예산의 편성과 집행 등을 주로 강의했다.
예산의 잘된 집행과 방만하고 잘못된 집행 사례를 자치단체별로 소개하곤 했다. 잘못된 사례는 두 가지였다. 먼저 충북 괴산군의 보여 주기식 초대형 가마솥 제작이었다. 2003년에 군민 화합을 위해 5억 원을 들여 무게 43t, 지름 5m, 높이 2m, 둘레 18m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밥을 짓고, 죽도 끓여 보려 했지만, 솥 내부 온도 차가 너무 커서 요리 자체가 불가능했다. 또한 ‘세대 최대’를 내세워 기네스북에 도전하려 했지만, 호주에 이미 더 큰 그릇이 있어 그마저도 실패했다. 쓸모도 없고 옮기는 데도 큰돈이 든다고 해서 십수 년째 망신의 상징물로 농산물유통센터 한구석에 방치돼 있다고 한다.
다음은 경남 산청군이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관외 거주 공무원용 아파트를 사들인 사례다. 행정자치부는 감사를 통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아파트를 매입한 뒤 공무원들에게 싼값에 임대한 ‘예산 낭비’로 규정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저 수준인 산청군이 204억 원의 예산으로 직원 임대용 아파트 129가구를 사들인 것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고 판단해 필요 물량을 제외한 아파트 매각을 권고했다.
산청군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소속 공무원들을 관내로 이주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 공무원 주거 복지를 위해 거액의 혈세를 낭비했다. 산청군은 이렇게 사들인 55~84㎡형 아파트 129가구 중 120가구를 직원들에게 절반 값인 3,500만~5,000만 원에 전세로 임대했다. 산청군의회도 제동을 걸기는커녕 ‘산청군 공무원아파트 특별회계 설치 조례’를 통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잘된 사례로는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를 소개했다. 먼저 성남시의 일반현황, 이재명 시장의 성장 과정, 시장 취임 이후 모라토리엄(공공기관의 지급유예) 선언과 부채상환, 정책 등을 설명했다. 3대 무상복지는 청년 배당과 교복 지원금 그리고 산후조리지원금이었다.
당시 이재명 시장은 시민들이 낸 세금은 최대한 아껴 다시 시민들을 위한 복지사업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행정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취약계층으로 전락한 청년을 위해 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한 ‘청년 배당’을, 미래세대인 학생들의 교육에 필요한 것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무상 교복’을,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해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 ‘산후조리지원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청년 배당은 분기별 수령 횟수에 따라 12만여 원부터 50만 원까지, 교복 지원금은 별도 신청 절차 없이 13만여 원을 학부모 계좌로 입금하고, 산후조리지원금은 25만 원에 해당하는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했다. 2016년 한 해 동안 청년 배당은 18,420명, 교복 지원금은 8,561명, 산후조리지원금은 6,545명에게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성남시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는 상당 기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필자의 강의를 들었던 시군의 신규공무원들은 지금쯤 조직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면서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헌신봉사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 영·정조 시대에 이어 제2의 르네상스는 오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특히 실용을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의 가슴을 옭아맸던 낡은 이념의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과 성장을 말했다. 그리하여 ‘국민이 주인인 나라, 다시 힘차게 성장 발전하는 나라, 모두 함께 잘사는 나라, 문화가 꽃피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고,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했다. 또한 한강 작가가 말한 대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자를 구했다며 이제는 우리가 미래의 과거가 되어 내일의 후손들을 구할 차례라고 했다.
제70회 현충일 추념사에서는 모두를 위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며,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은 이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눈을 끄는 대목은 제복 입은 민주시민들이 국민을 지킬 동안, 대한민국이 군 장병과 경찰, 소방공무원들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조선의 영·정조대의 실학사상과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 실학은 당시의 전통 유학에서 벗어나 실생활의 유익을 목표로 한 학문으로 사실을 바탕으로 진리를 찾는 실사구시(實事求是)와 백성의 일상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을 표방했다. 즉, 기술의 존중과 국민 경제생활의 향상을 꾀해 부국강병을 도모하려는 학문이었다. 앞서 언급한 연암 박지원도 실학에 심취해 청나라의 선진문물을 들여와 백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다.
이제 우리 지역도 폭넓은 안목과 비전이 있는 정책 개발로 새 시대를 향해 나가야 한다. 대통령의 공약사항과 군에서 개발한 공약 제안 사업을 촘촘히 챙겨 국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 민주당의 영광지역 5대 공약사업(에너지 기본소득 시범도시 지정, 주민 이익 공유형 재생에너지 확대, 무탄소 에너지 산단 조성, 청정수소 클러스터 조성, 원전의 지역자원시설세 세율 인상)은 잘 다듬은 다음 국가계획으로 확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역량은 물론 중앙 정치권과도 긴밀하게 협조해 나가야 한다.
특히, 육상과 해상풍력, 태양광 발전을 클러스터화해 재생에너지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해 나가야 한다. 천혜의 무한 자원인 햇빛과 바람으로 군민의 기본소득 증가에 기여하고, 에너지 기본소득 시범도시 지정을 통해 서해안철도 의 군산~새만금~목포 연결도 앞당겨야 한다.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현재 6기가 가동되는 원자력 발전의 효율적 운용과 처리시설의 합리적 해결방안도 지역민과 정치권 그리고 행정이 광범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제3의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기를 기대한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과 같이 우러러본다’라는 성군 세종대왕의 통치 이념이 새삼 떠오른다. 우리가 오늘 내린 결정은 결국 내일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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