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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의 법칙(法則) 이야기<255> 현상 유지 편향 (Status quo bias)

기사승인 2024.04.16  18: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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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무엇을 선택해야 할 때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의사결정을 나타내는 지각적 편향을 ‘현상 유지 편향’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미 성립된 행동의 틀을 특별한 이득이 없으면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 유지 편향’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데 정치, 경제 등 다양한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심리적으로 사회 제도나 마케팅에도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현재의 조건에서 벗어나기를 싫어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주의 사람이나 회사 동료 상사에게 무엇을 물어보면 그냥 쉽게 하는 대답이 ‘하던 대로 해’라는 성의 없는 대답을 자주 듣는다. 식당도 자주 가던 곳이 편하고, 별 문제가 없으면 사람도 그냥 상대 하던 사람만 상대하게 되고 거래처도 큰 문제만 없으면 바꾸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변화를 시도했다가 손해라도 보게 되면 후회가, 현 상태를 유지했다가 손해를 봤을 때의 그것보다 대미지가 더 크기 때문이다. 본인의 판단으로 물결을 일으키면 파동에 대한 책임도 자신에게 있으므로 결과가 좋지 못하면 후회가 되는 것도 모두 스스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상 유지 편향은 미국의 경제학자인 윌리엄 새뮤얼슨(William Samuelson)과 리처드 제크하우저(Richard Zeckhauser)가 1988년 《위험한 불확실성 저널》이라는 책에 〈의사 결정에서 현상 유지 편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최초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두 경제학자는 사람들이 현재의 상태에 그대로 머물고자하는 강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제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재산을 부모로부터 상속받았다는 전제하에 두 그룹으로 피험자들을 나누고 투자하도록 했다. A그룹에는 많은 돈을 상속 받았고, B그룹은 중간 위험정도를 가진 주식으로 상속받았다고 치자, 두 그룹의 피험자들이 어떤 식으로 투자했는지를 살펴보았다. 

결과는 A그룹은 자신의 성향에 맞게 소신껏 투자를 했지만 B그룹 사람들은 주식의 위험성 때문에 현상유지를 하면서 팔지 않고 그대로 보유했다. 이렇게 자기에게 아주 확실한 이익이 생기지 않으면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현상유지를 하며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다. 이러한 현상유지 편향은 생활 속에서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미국의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마이클 모부신(Michlel J, Mauboussin) 교수는 기업들이 현상 유지 편향을 잘 활용하려면 ‘기본 선택’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유럽 국가에서는 운전면허를 신청할 때 장기를 기증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예를 본다면 장기 기증에 동의한 비율이 독일은 12퍼센트인 반면, 오스트리아는 100퍼센트로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이 차이는 그 나라 국민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독일에서는 장기기증을 원하는 사람은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해 기본 선택이 장기 기증을 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오스트리아는 장기 기증에 동의하는 것을 기본 선택으로 되어있어 원하지 않은 사람만 거부 의사를 별도로 밝히도록 되어있다. 이렇게 기본 선택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현상유지 편향을 다른 이름으로 ‘귀차니즘’이라고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사례에서 독일 방식을 ‘선택 가입’이라고 하고 오스트리아 방식은 ‘선택 탈퇴’ 방식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단순히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별 생각 없이 선택 가입과 선택 탈퇴를 모두 거부하기 때문에 애초에 선택 탈퇴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이 장기 기증을 받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래서 이런 현상 유지 편향을 가리켜 ‘디폴트 편향’이라고 하며 미리 정해 놓았다는 차원에서 ‘기정 편향’이라고도 한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거시적 경제학 차원에서 본다면 대중의 현상유지 편향은 개혁 진보세력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진보적 정치학자 클라우스 뮬러(Claus Mueller)는 이렇게 말했다. “비참한 상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는 한, 현상에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한 채 그 비참한 상태는 지속된다.”

우리는 민주주의 유권자 한사람으로 투표할 때도 마찬가지다. 적잖은 유권자들이 옛 직장이나 옛 애인을 그리워하듯 ‘구관이 명관’이라거나 ‘그놈이 그놈’ 이라는 속설에 의거해 현상유지 편향을 고수 하려고 한다. 그들의 현상유지를 탓하기에 앞서 그런 속설을 상식 수준에 오르게 만든 책임은 새롭게 혁신하겠다고 외치는 진보 세력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들의 성찰과 그에 따른 실천이 있을 때 이른바 현상유지 편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말로는 진보라고 하지만 보수 세력보다 더 보수 같은 진보가 많다. 

내 정체성이 분명해 스스로 판단하는 주체성을 가진다면 현상유지 편향을 넘어서서 한층 더 수준 높은 판단을 하는 국민이 되지 않을까?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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